[수필]자그만 돌멩이 하나가

2021. 9. 16. 17:15文學(LITERTURE)/隨筆 My essay

 

 

 

[수필

      자그만 돌멩이 하나가

 

 

 

 

      백 영 웅   

                                                                                 

 

 언제 부터인지 나는 가게 옆 전봇대 밑 둥에 자리 잡고 있는 자그만 돌멩이 하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작은 돌은 비가 많이 내릴 때에는 다른 곳으로 쓸려서 내려갈 정도의 크기 밖에 안 되는 데도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담배꽁초와 휴지조각들을 쓸려고 하면 삐죽이 내민 비뚤어진 작은 돌멩이 하나를 보고서는 삐져나온 제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버릇이 생겨났다. 어떤 날은 밤사이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축축하게 젖은 돌멩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간밤에 취객이라도 지나 가다가 실례를 했는지 술 냄새가 섞인 오줌 세례로 샤워를 해 찌든 지린 냄새가 푹푹 풍기는 그다지 모양도 없는 납작하고 볼품도 없는 돌멩이

인데 하루는 담배꽁초와 돌멩이가 주고받는 대화를 우연하게도 바람결에 엿들을 수가 있었다.

 

돌멩이 왈: 왜 남자들은 으슥한 밤길을 가다 급하면 아무데 대고 쉬를 갈기면서 크거나 적거나 새 송이버섯처럼 생긴 물건을 아래위로 털 털털 냅다 흔들어대고 가나 말입니다.

 

담배꽁초 왈: ㅎㅎ 그러셨군요. 돌멩이님 나는 어떻게 되는지 아시우. 비닐 쓰레기봉투에 담겨서 여행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오줌에 찌든 나, 꽁초의 말로는 생활 쓰레기 소각장에 보내져서 화장으로 재가 되어 아예 흔적마저 없어 진다우, 그 말을 듣고 있던 돌멩이가 어안이 벙벙해하며 내가 좀 괜찮은가 보다 생각하면서 그래도 나는 오줌 샤워에다 비에 떠밀려도 그 자리를 늘 보살펴주는 주인님이 있어서 났구나하는 그제 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옆에 있는 담배꽁초가 부러운 듯이 신세타령을 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담배꽁초왈: 그래도 간밤에 한 쪽다리를 들고 쉬하는 수캐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않은가요. 오줌줄기가 얼마나 센지 당해보지 않고선 아무도 모르지요.

 돌멩이 왈: 아니, 앉아서 누는 암캐 오줌은 작은 줄 아오. 거기에 술 취한 아줌씨라도 앉아서 쉬라도 하면 어떤지나 아시우. 쏴하는 소린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소린 저리 가라니깐요.

그 말을 듣고 있던 담배꽁초는 바람에 굴러가며 내가 마지막 갈 곳은 어딘지. 자신이 더 처참하다며 취객 오줌샤워와 개들 오줌까지 마지막엔 쓰레기봉투에 담겨 쓰레기소각장으로 실려 가서 온갖 생활쓰레기와 함께 뒤범벅 된 채 화장으로 재가 되어 땅속에 파묻히게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을 4년 전 늦봄인가보다.

 

 서유럽으로 촬영여행을 다녀오면서 두 자 쯤 떨어져 있는 전봇대 밑에서 이 돌을 가게 문을 열 때마다 차고 앞 까지 휴지조각을 쓸면서 삐죽이 나온  돌멩이를 치워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아직 그 자리에 24시간을 전봇대 지킴이처럼 놓여 있는 돌멩이를 보게 되면 어딘가. 늘 측은한 마음과 한편으론 나 혼자만이 생각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있어서 지금까지 치우지 못하고 또 한해를 보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 자그만 돌멩이 하나가 그 자리에 있어 줄 런지 모르겠다.    

엉뚱한 이 글을 쓰게 한 작은 돌멩이 하나에 미련을 가지고 이곳을 지나치려면  요즘도 관심을 잃지 않고 자주 들여다보고는 하는데 아직도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한편으론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하찮은 돌멩이조각 하나인데도 다른 곳으로 치우지 못하는 나를 이 자그만 돌멩이는 측은하게 보는 내 마음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신록의 향기에 젖은 초하의 바람아! 이제 민들레 홀씨한 톨이라도 돌이 곁에 떨어져서 내년 봄에라도 바로 곁에서 싹이 터 샛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라도 피어나 오순도순 얘기라도 나누며 지냈으면 보기에도 좋으련만 꽃과 함께하는 날이 언제나 오려는지. 오늘 저녁도 술타령 끝에 그 앞을 또 지나가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